앨리즈 (Finding Alize) – Ch1 – Ep1 (Pt1)

Story by Oldboy101 | Written with the help of ChatGPT

늦은 봄.  Wide-NEWorld에서 ‘Alize’가 나타났다 사라진 지 4개월이 지난 때였다.

대한민국의 한 조용한 지방 도시 외곽.

골목 끝에 낡은 5층짜리 고시원 건물.

시간이 지나며 빛이 바랜 회색 외벽, 비와 먼지의 흔적이 남은 콘크리트 벽면.  
건물은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주변의 단독주택들과 작은 상가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끼어 있었다.

근처에는 작은 편의점 하나와 점심 장사를 마친 치킨집, 문을 반쯤 올린 채 공구들이 흩어져 있는 자동차 수리점이 보였다.

겉보기에는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동네 풍경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골목 입구를 따라 작은 배송 로봇 카트 하나가 바쁜 일상 속을 굴러 지나갔다.
길 건너 상점 유리창에는 지나가는 사람의 연령과 취향을 분석해 바뀌는 광고 화면이 투명한 빛으로 떠올랐다 사라졌고,
편의점 입구 옆에는 직원이 없는 AI 계산 단말기가 조용히 다음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도시는 겉으로 보기에는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았지만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낯선 변화가 스며들고 있었다.

하지만 이 고시원 건물만은 그 변화에서 조금 비켜나 있는 듯 보였다.
외벽을 따라 붙어 있는 철제 비상계단에는 군데군데 녹이 올라와 있었고,
몇몇 창문에는 임시로 붙인 비닐과 낡은 커튼이 바람에 살짝 흔들리고 있었다.  

현관 위에는 빛이 바랜 간판이 아직도 걸려 있었다.
“월세 고시원 – 저렴한 방 있습니다.”

건물 앞 도로에는 NexLink 통신 회사의 하얀 작업용 밴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

고시원 3층, 311호.

방은 좁았다.

침대 하나, 작은 책상 하나, 벽에 붙은 얇은 옷장 하나.
그 사이에 남은 공간은 간신히 통로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였다.

방 안에는 짐이 쌓여 있었다.
택배 상자, 전선 묶음, 비닐봉지들.
값싼 플라스틱 수납 상자 위에는 먹다 남은 컵라면 용기,
빈 에너지 드링크 캔들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이 방의 주인은
김지무, 스물다섯.
고시원 생활에 익숙해진 사람처럼
그는 이 좁은 공간을 나름의 방식으로 채워 두고 있었다.

책상 뒤, 더 좁은 틈에서는 한 남자가 몸을 비틀며 케이블을 확인하고 있었다.

박민재. 서른여덟.
NexLink 통신 회사의 현장 기술자였다.
한 손에는 태블릿을 들고 몸을 반쯤 숙인 채 케이블 연결 상태를 다시 점검하고 있었다.

민재
배선이 좀 오래됐네요.

지무
그렇죠 뭐.
근데 사무실에서는 문제 없을 거라고 하던데..

민재
네, 네. 건물 케이블링은 문제 없습니다.
거의 다 됐습니다.

민재의 시선이 책상 위로 옮겨갔다.

그곳에는 고글 형태의 최신 VR 헤드셋이 놓여 있었다.

넓은 곡면 렌즈와, 렌즈 주변을 감싸는 두툼한 차광 패드가 외부의 빛을 완전히 막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귀 옆으로 이어진 프레임에는 입체 음향 모듈들이 숨겨져 있었다.
작은 스피커와 진동 패드가 귀를 덮지 않고도 주변 공간에 소리를 만들어내는 장치였다.
마치 VR 세상으로 끌어당기는 장치처럼 보였다.

민재
저거… Immersion Goggles인가요?

지무는 기다렸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무
오, 역시 알아보시네요.
넵. 최신 Full-Dive VR2030입니다.
따끈따끈하게 어제 막 배송 왔어요.

민재의 아들이 몇 주 전부터 입에 달고 다니던 바로 그 장비였다.

WNW의 버추얼 콘텐츠는 요즘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었다.
그 덕분인지 Home-VR 기기들도 어느새 거리의 전광판과 광고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그래도 이런 최신 장비는 일반 가정에서 선뜻 들여놓기엔 여전히 부담스러운 물건이었다.

지무
오늘 NW 깔리면 바로 들어가 보려고요.
근데… 얼마나 더 걸릴까요?
제가 일 나가기 전에 테스트 런 한번 해보고 싶어서요.

민재
아, 네. 지금 커넥션 확인 중이고요.  
NW-Hub 세팅만 하면 됩니다.  
한 10분 정도면 될 겁니다.

고시원에 살면서 저런 장비를 산다고?
WNW 서비스 가격도 요즘은 많이 내려갔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매달 내기에는 부담스러운 돈일 텐데.

그래.  세상은 계속 변하고 있고 사람들의 삶의 방향도 세대마다 다르게 흘러가고 있는 것이겠지.
그걸 모르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의 가치관은 여전히 민재에게 낯설었다.

문득 생각이 멈추며 작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어쩌면 일찍 결혼하고 일찍 아이를 낳은 내가, 오히려 세대에 맞지 않는 선택을 한 걸지도..

지무
근데.. 보안은 괜찮겠죠?

민재
네?  보안이요?

지무
전에 여기서 그런 일 있었거든요.
고시원 공짜 라인이 너무 느리다고
다른 방 사람들이 고속 라인 몰래 털어 쓰고 그랬어요.

민재
아, 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NW 라인은 보안 시스템이 훨씬 강화돼 있어서요.
그래서 설치 세팅이 조금 오래 걸리는 겁니다.

지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아직 의심을 완전히 떨치지 못한 표정이었다.

지무
네, 알고는 있어요.
그래도.. 여기 고시원이잖아요.
사람들이 계속 들락날락하고
옆방 사람도 수시로 바뀌고…

민재
아, 네.  너무 걱정 마세요.
필요하시면 Hub 보안 설정을 더 높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렇게 하면 Wireless VR 사용이 조금 번거로워질 수는…

그때였다.
민재의 태블릿이 짧게 진동했다.
화면에 알림 하나가 떠올랐다.

ORANGE ALERT

그 아래에는 처음 보는 코드가 표시되어 있었다.

민재
…어?  이건 또 뭐지?

그 시각, 편의점 앞 작은 테라스 자리.

점심시간이 막 지나 편의점 앞은 한산했다.
늦은 점심을 먹으려 NexLink 현장 요원 이성민(34)과 이준(25)은 테이블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있었다.

성민의 앞에는 막 뜨거운 물을 부은 컵라면이 놓여 있었다. 그는 뚜껑을 눌러 둔 채 익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맞은편의 이준은 전자레인지에서 막 꺼낸 집에서 싸 온 도시락을 열고 있었다.

밥 위로 김이 천천히 올라왔다.
성민은 그 김을 잠깐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성민
준아..
그래도 편의점에서 니 점심 데우려면
음료수 하나쯤은 사는 게 상도덕 아니냐?

이준은 도시락을 내려다본 채 말했다.

이준
선배님이 사셨잖아요

성민
아니, 그래도.. 
뭐.. 그래.  열심히 돈 모으는 게 현명한 거지.

그때 성민의 휴대폰이 짧게 울렸다.
이준이 막 한 숟가락 뜬 밥을 입에 넣다 말고 말했다.

이준
뭐야. 또요?

성민
에이씨

성민은 컵라면 뚜껑을 급하게 젖혔다. 뜨거운 김이 확 올라왔다. 
젓가락으로 면을 크게 집어 올리고 서둘러 후후 불기 시작했다.

성민
김밥 살 걸..

고시원 3층, 311호.

민재는 태블릿 화면에 떠 있는 본사 답신을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민재
아무래도 건물 중앙 네트워크를 한 번 점검해 봐야 할 것 같네요.

지무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지무
예? 그럼.. 얼마나 걸리나요?
저 세 시 전엔 나가봐야 하는데…

민재
음.. 잠시만요.
아… 20분 안에 점검팀이 도착한다고 하네요.
보통 이런 경우는 한 30분 안에 해결되더라고요.
그러면.. 마무리 세팅까지 하면…
음.. 좀 빠듯하긴 하네요.

지무의 입이 살짝 벌어진 채 말이 멎었다.
시선도 잠깐 허공에서 길을 잃었다.

민재는 그 얼굴을 차마 보지 못하고 다시 태블릿으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민재
그리고… 고객님이 잠깐 같이 있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건물 네트워크 점검하려면 사무실 쪽에서 고객 인증을 요청할 수도 있어서요.

지무
뭐, 그건 문제 없는데..
아.. 잠도 설치고 기다렸는데…

지무는 한숨을 내쉬며 옆에 놓여 있던 VR 고글을 집어 들고 침대 위에 털썩 앉았다.

민재
죄송합니다.
저희도 최대한 빨리 해결해 보겠습니다.

넋이 빠진 듯 지무는 가볍게 손을 살짝 저었다.

지무
네.. 뭐.. 선생님 잘못은 아니죠.
점검팀 오려면 20? 30분? 걸린다구요?

민재는 서둘러 태블릿으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민재
네.. 그게..
아, 지금 오고 있네요.
18분…

지무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VR 고글을 머리에 썼다.

지무
아.. 18…
그냥.. 하루 땡길까…

민재는 잠깐 입가를 달싹이다가 다시 태블릿으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이 코드도 처음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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