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로-Shadow Dance | Ep1

작가 Oldboy101 | ChatGPT의 도움으로 작성

12시간 전

오전 11시 59분.

발레 스튜디오 복도 끝, 연습실 안에서 클래식 음악이 희미하게 새어 나왔다.

복도를 지나가던 발레 강사가 걸음을 멈췄다.
문에 난 좁은 유리창 너머로 연습실 안을 들여다본다.

점심시간이었다.

다른 학생들은 모두 나간 뒤였다.
텅 빈 연습실 안에서, 한 학생만이 아직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강사는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늘 그랬다.
점심시간에도, 수업이 끝난 뒤에도, 누가 보지 않을 때도.

혼자 남아 있는 건 항상 그 아이였다.

강사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원장실 쪽이었다.

원장실 안은 조용했다.

강사는 책상 위에 놓인 서류들을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원장은 잠시 그 서류들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한데 모아 집어 들었다.

원장  

나는 알아요.
선생님이 그 아이에게만 특별히 신경 쓰는 게 아니라는 거.

강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원장  

그런데…
다른 아이들과 부모님들 눈에는,
조금 다르게 보이나 봐요.

원장은 책상 서랍을 열고, 서류들을 천천히 밀어 넣었다.

강사는 나오려던 한숨을 조용히 삼켰다.

원장

그 아이…
예전엔…

재능도 있었고,
부모님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솔직히 말하면…
우리 입장에서도 꽤 중요한 학생이었죠.

서랍이 닫히는 소리가 조용한 방 안에 짧게 울렸다.

원장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이제 열아홉이에요.
혼자고.
그 사이에 겪은 일들도 있고.

2년을 쉬었다가 다시 시작한 거잖아요.

강사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원장  

그 아이가 얼마나 애쓰는지는 나도 봐요.
국립발레단 입단 오디션 준비하는 것도 알고 있고.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요.

원장은 잠시 닫힌 서랍을 바라보았다.

원장  

아름답죠.
꿈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버티는 모습은.

강사의 눈가가 아주 희미하게 떨렸다.

원장  

그런데 선생님…

원장의 목소리는 높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더 피하기 어려웠다.

원장  

여기 있는 다른 아이들도 다 그래요.
다들 자기 꿈 하나 붙잡고 버티고 있어요.
이 학원만 그런 것도 아니고, 이 나라 전체가 그렇죠.

강사의 시선이 천천히 내려갔다.

원장  

솔직하게 말해 봐요.
정말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복도로 나온 강사는 다시 연습실 앞에 멈춰 섰다.

음악은 아직 이어지고 있었다.

유리창 너머, 그 아이는 여전히 혼자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발끝으로 바닥을 밀어내고, 중심을 세우고, 다시 무너질 것 같은 몸을 붙잡는다.
가느다란 팔과 어깨는 이미 지쳐 보였지만, 동작은 쉽게 흐트러지지 않았다.

강사는 조금 더 오래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조용히 몸을 돌려 복도를 걸어 나갔다.

연습실 안에는 클래식 음악과 바닥을 스치는 발끝 소리, 짧게 끊기는 숨소리만이 남아 있었다.

연습실 뒤쪽에는 휴대폰 하나가 삼각대 위에 세워져 있었다.
화면 속에는 거울 앞에서 움직이는 연습생의 모습이 작게 담겨 있었다.

문지안.
열아홉.

그녀는 혼자 연습하고 있었다.

한쪽 다리로 버티는 순간, 무릎 아래가 아주 작게 흔들렸다.
지안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하지만 음악은 멈추지 않았다.

지안도 멈추지 않았다.

이를 악문 채, 다시 중심을 끌어올린다.
흔들림을 억지로 눌러 삼키고, 다음 동작으로 넘어간다.

발끝이 바닥을 밀고, 몸이 회전으로 이어졌다.

처음 한 바퀴.

그리고 다시 한 바퀴.

흐트러질 듯하던 몸이, 어느 순간 정확히 선을 되찾았다.
회전은 부드럽게 이어졌다.

지안의 얼굴 위로 아주 작은 미소가 떠올랐다.

그 순간만큼은, 통증도 시간도 뒤로 밀려났다.

지안은 머릿속으로 수없이 그려 온 선을, 몸으로 따라가고 있었다.

음악이 끝난 뒤, 지안은 연습실 바닥에 주저앉았다.

지안은 잠시 그대로 숨을 골랐다.
가슴이 작게 오르내렸다.

휴대폰 녹화를 끈 뒤에도, 그녀는 바로 일어나지 못했다.

두 손으로 종아리를 주무르고, 발목을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발끝을 감싸 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아팠다.

많이.

지안은 그대로 옆으로 몸을 눕혔다.
발을 끌어안듯 몸을 웅크린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잠시 눈을 감은 채, 아무 말 없이 누워 있었다.

그러다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지안

2년만 어렸어도…

말끝이 바닥에 가라앉았다.

지안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그때, 배에서 작게 꼬르륵 소리가 났다.

지안은 놀란 듯, 창피한 듯 잠시 멈췄다.
그러다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녀는 옆으로 누운 채 두 손으로 발을 끌어안고, 몸을 더 작게 웅크렸다.
구부러진 어깨가 웃음에 맞춰 아주 조금씩 흔들렸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웃음소리만 지워 놓으면,

그 모습은 아파서 울고 있는 아이처럼 보였다.

Leave A Comment

All fields marked with an asterisk (*) are required